'기억한다'라는 표현은 두 가지 상이한 다른 기억 과정을 포함한다. 기억 만들기와 기억 끄집어내기가 그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의 처리를 부호화(encoding)라고 하고,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는 단계의 처리를 인출(retrieval)이라고 한다. 기억이 잘되고 안 되는 것을 결정하는 주요 과정이 부호화와 인출이다.
부호화와 인출 - 처리 수준
Craik와 Lockhart의 처리 수준(levels of processing) 이론에 따르면, 성공적인 파지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되뇌기의 양이 아니라 항목을 부호화할 때 수행된 조작의 유형이다. 자료를 부호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며, 이때 사용되는 각 부호는 질적으로 상이하다. 예를 들어 초기 정보 처리 과정에서는 물리적 세부 특징들(선, 각도, 명도, 음, 크기 등)이 분석된다. 그다음 정보 처리 과정에서는 형태/의미 식별이 이루어진다. 자극이 인식된 후 정교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제시된 자극과 관련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연합이나 심상, 이야기 등이 촉발될 수 있다. 처리 수준 이론에 따르면 깊이가 얕은 수준의 처리는 감각 분석 수준에서 형태 식별과 관련된 수준에서의 처리를 말하고, 깊은 수준의 처리는 의미적 혹은 연합적 수준에서의 처리를 의미한다.
부호화와 인출 - 정교화
기억 부호의 차이에 대한 또 다른 유력한 설명으로 정교화(elaboration)를 들 수 있다. 정교화란 주어진 정보 이외에 부가적으로 연결되는 명제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람들은 제시된 항목만을 단순히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항목과 관련된 연합을 함께 기억하는데, 이러한 부수적 연합이 특정 항목을 인출해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 앞에서 우산을 펴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 비가 오고 있다는 것, 이 사람은 비에 젖고 싶지 않다는 것 등의 부가적 정보와의 연결을 통해 본래 제시된 목표 정보를 정교화할 수 있다. 주어진 정보를 우리의 기존 지식과 연결함으로써 정교화는 정보를 통합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목표 정보와 연결되는 명제가 많을수록 정교화된 기억 구조를 가지게 되며, 그 결과 풍성한 인출 통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즉 정교화가 많이 이루어질수록 기억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부호화와 인출 - 부호화 특수성 원리
처리 수준 이론과 정교화 이론 모두 기억 과정 가운데 부호화 과정에만 초점을 두고 인출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효과적인 기억을 위해서는 부호화 단계에서 깊은 수준의 처리나 정교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저장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인출하기 위해서는 인출 단계에서 인출 단서 및 인출 맥락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십만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 책들은 특정한 분류 체계에 따라 부호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책을 신속하게 인출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에 저장된 정보에 대한 유용한 인출 단서가 제시되면 회상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기억이 인출 맥락과 부호화 맥락의 일치 정도에 의존한다는 것은 부호화 특수성 원리에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요약하면 '특정 부호화 조작들은 무엇이 저장되는가를 결정하며, 저장된 정보는 무엇이 효과적인 인출 단서인지 결정한다.'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인지심리학 /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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