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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언어와 사고3

by 온우주 2022. 6. 20.

언어 특수성과 인지 보편성

 지각과 기억이 아니라 좀 더 고차원적 사고와 언어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문장의 어순(word order)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단어는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 일종의 상징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로 불가능하고 여러 단어를 나열해야 한다. 단어를 배열하는 규칙을 통사 규칙이라고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규칙 중 하나가 어순이다. 한국어는 '주어-목적어-동사'의 어순을, 영어는 '주어-동사-목적어'의 어순을 사용한다. 지구상에는 수천 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기본 어순은 네 가지에 불과하다.

(비율 약 44%) 주어 - 목적어 - 동사 : 영어, 중국어, 독일어
(비율 약 35%) 주어 - 동사 - 목적어 : 한국어, 일본어, 터기어
(비율 약 19%) 동사 - 주어 - 목적어 : 히브리어, 마오리어
(비율 약 2%) 동사 - 목적어 - 주어 : -

 위와 같이 지구상 언어 중 약 80%는 문장 처음에 주어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는 행위자에 의해서 시작되며, 피 행위자에게 작용하게 된다. 행위자와 피 행위자 간 인과적 관계는 행위자가 선행하고 피 행위자가 후행하는 시간적 순서로 변환할 수 있다. 따라서 어순을 정할 때 행위자를 피 행위자보다 앞에 두는 인지 혹은 사고의 원리에 맞추는 것이 유리할 것이고, 그 결과 대다수의 언어에서 주어가 문장의 처음에 오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색의 이름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하는데, 색상의 명칭이나 수는 언어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색의 이름을 사용하는 데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색의 이름을 붙이는 체계가 위계적 구조를 지니고 있어, 색상 단어가 적은 경우에는 상위의 색이름만을 사용하고 점차 색상 단어가 많아지고 세분화됨에 따라 하위의 색이름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언어에서 보이는 단어의 많고 적음 혹은 사용되는 단어의 분화 정도는 모두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언어 발달의 측면에서 사고는 언어보다 먼저 나타난다. 발달 심리학에 의하면 사고가 먼저 발달하고 언어는 그다음에 발달한다. 언어의 특수성보다는 인지의 보편성이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인지 과정은 언어를 통해 더 정교해진다. 언어는 복잡한 세상 정보를 체계화하고 추상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세분화와 정형화는 대상이나 행위의 범주화, 논리적 추론, 판단, 의사 결정 등의 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과정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성이 반영되는데, 언어 특수성언어 보편성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인지 혹은 사고 과정 중에는 언어와 무관한 것이 있다. 즉 모든 사고가 언어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예를 들어 심상을 사용하는 사고 과정(심적 회전, 심적 종이접기)도 있다. 이 경우 언어는 실질적으로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참고 : 인지심리학 /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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